일기장/2021년도

211120 다시 디스크!

tea_pot 2021. 11. 20. 08:44

10년전 날 그토록 괴롭혔던 그 녀석이 다시 찾아왔다.
이 놈은 꼭 내가 뭔가를 해보려고 할 때에 내게 찾아와서 제동을 건다..

그 전날 가볍게한다고 했던 운동이 문제였을까, 바뀐 부서에서 굽혀서 확인하던 시료 탓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침대에서 보내던 안좋은 자세탓이었을까..
여러가지 의심가는 원인들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이미 그런 원인분석은 다 무의미했었단 걸 10년전 기억을 통해 다시금 상기시켰다.

만나기로했던 동물원 친구들도, 우연히 연락왔던 민경이에게도 소식을 전하면서
10년전 내 모습을 기억하는 친구들이 걱정해주고, 안타까워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 20살때 얼마나 힘든티를 팍팍 내고다녔으면 친구들이 기억을할까" 싶으면서도," 나 진짜 많이 힘들어했구나"하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동시에 나도 잘 기억못하는 과거를 함께할 친구들이 있어서 좀 기쁜마음이 드는 건, 뭘까 ㅋㅋ

실은 코로나때문에, 일 외에 시간들을 운동이 아닌 다른 곳에 사용하면서부터 어쩌면 나는 이 상황을 이미 마음속으로는 예상했던 것 같다.
이 고통이 다시 내게 온 순간, 절망감보다는 덤덤함이 자리잡았다.
올것이 왔구나.
점점 허리 건강에 무뎌지는 내게, 몸이 ' 너 이렇게 살면 나이들어서 엄청 고생한다'고 일찍이 보내주는 알람 같았달까.
10년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이 고통을 감내하기에 조금 더 성숙해졌고, 주변에 디스크를 앓는 사람도 많아져서 더이상 혼자라는 느낌도 받지 않게되었다.
게다가 요즘은 관련 유투브나 책도 많이나와서 정보를 얻기에도 훨씬 수월해졌다.
이를 받아들이는 내 상황도, 내 주변상황도 많이 나아졌다는 게 조금 위안이 된다.

다시금 이 고통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병원에서 무슨 실험체처럼 옷을 훌렁훌렁 벗고 주사를 맞고 그런 나날들이 계속되고,
저릿함과 찌릿함으로 매일매일을 살아간다는게 걱정이 많이된다.
앞으로 더 많은좌절의 순간이 오리라 예상되지만, 이미 겪어봤던 일이라 조금은 더 어른스럽게 대처할 수 있지않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디스크 수술을 한 직후,
수술 후에 대한 고통도 크고, 내 미래 건강을 깎아서 쓰는거라는 공포도 상당했었다. 그 이후 생각을 정리하면서 '수술이 아니라 꾸준한 운동과 체중감량으로도 충분히 관리해볼 수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이제 두번째 기회(?)가 와버렸고,
그냥 매일매일 우울해하고, 슬퍼하면서 눈앞의 고통만 치워내길 징징거리던 10년 전과 달리 좀 더 꾸준하게 견디면서 나아가보려한다.
서른을 맞아 몸이 너 더욱 철저하게 네 몸관리에 신경써! 라고 하는 경고를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려고한다.

진통도 너무 심하고, MRI를 찍으려고 하루정도 병원에 입원을하니, 수술한 직후의 생각이 너무 많이 났다.
수술 직후 중환자실에서 흐릿한 의식속에 들렸던 엄마 목소리,
병실로 와서 차가운 내 발을 따듯하게 잡아주던 할아버지 손 (할아버지 보고싶다, 지금 살아계셨으면 나도 많이 혼나고 엄마아빠도 불려가서 한소리들었겠지?ㅋㅋ),
심심하지~ 하면서 병문안을 와주었던 고모,
다시금 내 옆에 사람들을 떠오르게 해주는 병원에서의 하룻밤이었다.

앞으로 이 고통으로 인해, 제약도 생기고, 문제도 현실로 다가오면 좌절하는 순간들이 있겠지만,
예전과는 다른방향으로 대처해보길 내 자신에게 기대한다.
꾸준히 너 자신을 다잡으라는 일종의 경고메세지를 통해 경각심을 가지고 살아야지.
좋은 쪽으로 생각해보려한다.

나의 2021년 정말 버라이어티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