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제주도여행 (산방산, 애월)

제주여행을 마치며,

tea_pot 2021. 3. 2. 22:28

여행에 대한 기록을 쓰다보면

어느순간 나의 느낌보다는 내가 어디를 갔고, 무얼 먹었는지 기록을 남기게 되는 것 같다.

 

무언가 블로그를 빨리 써서 이 기록들을 남겨야한다는 압박감 때문일까.

여행 순간순간마다 느끼는 점은 이런 사진 속에는 담기지 않는 사소한 것들이었는데, 그런 기록들은 남기기가 어렵다는게 아쉽다.

 

지금 스치듯이 기억이 나는 건,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 갑작스레 걸려온 반가운 동기들의 전화, 새별오름에서의 바람극복기, 나혼자산다 박나래의 슬로우라이프 편을 보면서 깔깔대던 수진언니와 나, 나의 긍정적인 모습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 등등

 

이번 여행을 마치고 공항에 딱 돌아오자마자 내가 생각이 든 건, 난 여행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블로그 초반에도 썼지만,

내 머리 곳곳에 남겨져있던 안좋은 생각과 기억들이 굉장히 작아지고 씻겨져 내려가도록 하는 게

나에겐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인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머리를 정리하고 나면,

비로소 무엇에 집중해야하고, 무엇이 내게 중요한 것인지 보이게 된다.

 

누군가는 조용히 집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듯이,

나는 내 몸을 움직이고 신선한 것들로 자극을 받으면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가만히 돈한푼들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명상만으로 스스로의 생각을 맑게 만들 수 있다면,

나는 비용을 좀 지불하고라도 사람과 교류하고, 평화로운 여행지에서 시간을 보내며 그 생각을 비워낼 수 있는 것이었다.

 

목적이나 테마가 없는 여행이어도 좋았다.

비가 내리고 개인 하늘을 보는 것도,

찬바람이 강하게 불어 귀가 새빨개지다가 따뜻한 차안에서 언 몸을 녹이는 것도,

그저 맑은 하늘과 뭉게진 구름, 파란 빛깔의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잠시동안 무언가를 해야만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피하고,

내 과거도 미래도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현재의 상황에만 집중하면서

생각을 잠시 내려놓는 이 순간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하고 싶어하나보다.

 

젊음이 사라진 어느 순간,

이런 여행의 순간을 돈으로 환산하고, 계산하게 되는 순간이 내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그 순간이 오면 너무 슬퍼질 것 같기도해서,

지금 이 시간들을, 내 생각들을 기록 하나하나로 남기고 싶어 블로그에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