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2020년도

201223 첫 멘토링 세미나를 마치고

tea_pot 2021. 3. 2. 23:12

상담내용을 정리해두었던걸 다시 읽어보면서 역시 순간순간 기록들 속에 나는 똑똑하구나 라고 다시 느끼며, 글을 쓴다.

우연한 기회였다.
교수님 입장에서는 자신의 만족감을 느낄 시간도 필요했으리라 짐작한다.
늘 연구실을 생각하는 분이었기에,
한편의 속물적인 나는 회사랑 엮어볼려고 하는 것인지 지레 겁도먹었지만, 그건 아닌 듯했다.

먼저 파트장님께 의견을 물어봤다. 응당 내가 이런 외부세미나를 나가는걸 알고있어야하는 사람이기도했고, 그의 의견도 궁금했으니까.
실은 그 당당함은 규순오빠가 조금 더 용기를 실어줬던 것 같다. 좋은 기회아니냐고. 놓치지말라고. 그 한마디가 없으면 그럴 용기도 내지 못했을 것 같다. 참으로 고마운 인연이다.

실로 파트장님의 의견은 부정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만도 한것이 파트장입장에선 책임져야할 일이 더 많으니, 기회를 주기보다 차단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으리라. 무슨 용기에선지, 파트장님이 염려하시는 바는 이해했고, 인사팀의 문의를 해보고 좀 더 생각을 해보겠다고 질러버렸다.

타이밍도 너무 좋았던 것이, 조직개편으로 아직은 파트일을 잘 모르는 임원에게서 찰나의 대화에서 우호적인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참으로 타이밍과 나의 판단력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그렇게 결재를 받고 준비내내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막상 세미나를 마치고 나니 내 가슴에 꽉 차오르는 뿌듯함과 보람은 말로 다 형용할 수없었다.
동시에 이 연구실은 또 나에게 이런식으로 기회를 만들어주고, 용기를 주는구나 싶었다.
이 곳에서의 인연이 이렇게 끈끈해질거라곤, 감히 짐작도 못했었고,
연구실 내내 매일 울고불고 힘들었던 나날들을 생각하면 정말 너무도 싫지만, 동시에 이런 성취가 좋았던 것 같다.
역시 모든 것에는 약간의 거리감과 끝이 좋아야 좋은거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새긴다.

세미나 내내 잘 몰랐던 내가 잘 아는 사람이 되었고,
뭔가 대단한것을 하는 거 마냥 포장하는 것도 좋았다.
이래서 이름값하는 곳에 들어왔지 싶다가도, 그 이름값때문에 힘들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란..

이 작은 경험으로 깨달은 게 있다면,
- 걱정만 많은 나에게 용기를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든 머리를 굴리면 난 그걸 낚아챌수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 나는 누군가에게 내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한다.
- 그리고 그 얘기가 도움을 주는 얘기라면 더더욱 보람을 느낀다.
- 하지만 그런 능력을 쌓기까지는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 용기를 준 시작은 규순오빠였고, 기회를 준 것은 교수님이었다.
다시 한번 내 옆에 있어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대체로 보면 난 내게 도움이 될 사람들을 잘 가려내지 못하는 것 같다. 뒤늦게 깨닫는.. 그럼에도 옆에 이런 사람이 있는 걸보면 인복이 나쁘진 않나보다.)

좋은 기회였고, 좋은 시간이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고민하고있는 나에게 도움이 많이된 시간이었다.